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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중증장애인의 여행기②···제주도 여행

"말은 서툴러도 세상은 함께할 수 있었다…휠체어에 실은 설렘, 제주를 품다"
배려가 만든 3박 4일 무장애 여행에서 만난 자유, 웃음 그리고 평생 잊지 못할 선물

함양신문 | 기사입력 2026/07/27 [10:23]

김성철 중증장애인의 여행기②···제주도 여행

"말은 서툴러도 세상은 함께할 수 있었다…휠체어에 실은 설렘, 제주를 품다"
배려가 만든 3박 4일 무장애 여행에서 만난 자유, 웃음 그리고 평생 잊지 못할 선물

함양신문 | 입력 : 2026/07/27 [10:23]

여행은 누구에게나 설레는 단어다. 낯선 풍경을 만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잠시 일상을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다. 세상과 다시 연결되고, '나도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소중한 기회다.

나는 중증장애인 언어장애인이다. 말을 또렷하게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다리와 팔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내 장애를 쉽게 알아채지 못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말을 듣고서야 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여행이 쉬운 것은 아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동과 숙박, 식사, 화장실 이용까지 하나하나 걱정해야 하는 순간이 많다. 그래서 장애인들에게 여행은 언제나 설렘보다 걱정이 먼저 앞선다. 이번 제주도 여행은 그런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이 되었다.

 

 

■ 꿈처럼 찾아온 제주행…행운처럼 찾아온 초대

경남지체장애인협회 함양군지회가 마련한 제주도 3박 4일 무장애 여행.

무엇보다 이번 여행은 양재생 ㈜은산해운항공 대표이사의 따뜻한 후원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더욱 감동이었다. 지회에서는 여행을 오래 하지 못한 회원과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 회원들을 우선 선정했고, 그렇게 뽑힌 20명 가운데 나도 행운처럼 이름을 올렸다.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부터 가슴이 뛰었다. "정말 제주도에 가는구나."

창밖으로 흰 구름이 흘러가고 파란 하늘이 펼쳐질 때, 어린아이처럼 설렜다.

제주가 먼저 건넨 인사, 애월의 푸른 바다!! 제주공항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시원한 바람이었다. 숙소는 애월읍 베니키아호텔. 애월은 이효리의 '효리네 민박'으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에메랄드빛 바다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제주에 왔구나.'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 첫 일정은 제주동백수목원

초록이 가득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니 빨간 동백꽃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동백은 제주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사진을 찍는 곳마다 그림이 되었다.

회원들 모두 "한 장만 더 찍어 주세요."를 외치며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장애가 있다는 사실조차 잠시 잊을 만큼 행복한 시간이었다.

 

 

■ 대한민국의 끝, 마라도에서 만난 짜장면...다음 목적지는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국토의 끝에서 만난 가장 특별한 하루”

우리가 향한 곳은 대한민국 최남단 섬 마라도였다.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곳. '우리나라의 끝'이라는 상징성만으로도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섬이다. 모슬포 운진항에서 여객선에 몸을 싣고 25분 남짓 바다를 달렸다. 배가 항구를 벗어나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쳤고, 끝없이 펼쳐진 푸른 수평선은 가슴까지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멀리 갈매기들이 배를 따라 날았고, 승객들은 저마다 갑판에 나와 사진을 찍으며 여행의 설렘을 만끽했다.

마라도는 크지 않은 섬이라 천천히 걸어도 두 시간이면 대부분 둘러볼 수 있다. 그러나 걸음을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이곳에서는 풍경을 눈에 담는 것보다 마음에 담는 시간이 더 소중했기 때문이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천연기념물인 문주란 자생지를 만난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라는 문주란은 마라도의 자연환경을 상징하는 식물이다. 이어 국토 최남단 관음성지인 기원정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작은 섬이지만 마라도에는 절과 성당, 교회가 모두 자리하고 있다. 주민 수에 비하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국토 최남단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여행객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소원을 빌거나 마음의 평안을 얻는 쉼터가 되어 주고 있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역시 대한민국 최남단 기념비다.

'대한민국 최남단'이라고 새겨진 검은 비석 앞에서는 누구나 기념사진 한 장씩 남긴다. 나 역시 기념비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정말 대한민국의 끝에 와 있구나'라는 벅찬 감정을 느꼈다.

마라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명소는 등대다.

언덕을 천천히 오르는 길목에는 아름다운 마라도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전복 껍데기를 형상화한 독특한 지붕과 천장에서 내려오는 자연 채광은 성당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하얀 외벽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유럽의 작은 마을을 떠올리게 했다.

성당을 지나 조금 더 걸으면 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마라도 등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1915년 처음 설치된 이 등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등대로, 동중국해와 제주 남부 해역을 오가는 선박들의 안전을 지켜온 바다의 길잡이다. 횃불 모양의 8각형 하얀 콘크리트 구조물은 높이 16m에 달하며, 10초마다 한 번씩 불빛을 비춘다. 맑은 날에는 약 48㎞ 밖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하니 그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다.

등대에 올라 바라본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사방이 푸른 바다로 둘러싸인 마라도는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한 척의 배처럼 보였다. 거센 파도가 검은 현무암 절벽을 때리며 하얀 포말을 일으켰고, 멀리 제주 한라산 능선까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바다만 바라보았다.

평소에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아 답답할 때도 많지만, 이곳에서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바람이 대신 이야기해 주고, 파도가 대신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 마라도 짜장면…맛보다 추억이 더 특별했다

많이 걸은 탓에 허기가 몰려왔다. 마라도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짜장면이다. 선착장 주변과 마을 곳곳에는 짜장면 전문점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우리가 찾은 곳은 원조 마라도 짜장면집. 식당 입구에는 '대한민국 최초 해물짜장면 개발', '방송 출연 맛집'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유명 예능 프로그램 촬영 사진들도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마라도 짜장면은 특별히 맛있어서 유명한 것 아니냐"고 묻는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조금 다르다. 예전부터 인근 갯바위에서 낚시를 즐기던 낚시객들에게 가장 빨리 배달할 수 있었던 음식이 짜장면이었고, 관광객들도 짧은 배 시간을 고려해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마라도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해물이 듬뿍 들어간 짜장면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일행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역시 마라도에 오면 짜장면은 꼭 먹어야죠."

누군가는 국물을 한 숟갈 떠먹으며 감탄했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느라 젓가락을 들지 못했다.

맛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함께 둘러앉아 먹는 시간이 더 소중했다.

 

 

■ 우도에서 낙타를 만나다

둘째 날은 우도로 향했다. 배를 타고 들어가는 동안 바다는 더 푸르고 하늘은 더 높아졌다.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아 이름 붙여진 우도.

왜 사람들이 제주보다 우도를 더 좋아한다고 말하는지 금세 알 수 있었다.

검멀레 해안의 절벽은 자연이 만든 예술 작품이었다. 파도가 절벽을 두드릴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이날 최고의 웃음은 낙타 체험이었다.

'제주도에서 낙타를 탄다?' 처음에는 모두 웃었다. 하지만 막상 낙타 등에 올라타니 생각보다 높았다. 조련사는 출발하려면 영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크 온(Walk on)!"

회원들이 하나같이 영어를 외치며 웃음바다가 되었다. 낙타는 천천히 걸었고 우리는 연신 사진을 찍었다. 나 역시 인증사진을 남겼다.

 

■ 셋째날 가파도에서 천천히 행복을 걷다

마지막 날은 가파도였다. 아침 식사는 복국. 시원한 국물 한 숟갈에 피로가 사르르 녹았다.

운진항에서 배를 타고 도착한 가파도는 이름 그대로 평화로운 섬이었다. 높은 건물 하나 없이 푸른 하늘과 넓은 들판이 끝없이 이어졌다.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회원들은 섬을 한 바퀴 돌며 시원한 바람을 만끽했다. 나도 자전거를 타고 풍경을 눈에 담았다. 빠르게 지나치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길가의 작은 들꽃. 담장 너머 웃고 있는 주민들. 바람에 흔들리는 청보리. 그리고 서로를 기다려주는 여행 동료들.

장애인 여행은 누군가를 기다려주는 여행이기도 하다.

먼저 가는 사람도 뒤처지는 사람도 없다.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것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크게 배운 행복이었다.

점심은 가파도 원조 해물짜장짬뽕집. 간짜장과 짬뽕을 나눠 먹으며 "다음에는 가족들과 다시 오자"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 여행은 끝났지만 행복은 계속된다.

3박 4일은 생각보다 짧았다. 비행기를 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

휴대전화 속 사진을 한 장씩 넘겨보았다. 웃고 있는 내 얼굴이 참 낯설었다.

언제 이렇게 많이 웃었을까. 이번 여행은 제주를 다녀온 것이 아니라 행복을 다녀온 여행이었다. 몸은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까지 불편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제주가 알려주었다.

누군가의 배려와 관심이 있다면 장애인도 얼마든지 여행할 수 있고, 웃을 수 있고, 세상을 더 넓게 만날 수 있다.

이번 제주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나도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물해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런 기회를 마련해 주신 경남지체장애인협회 함양군지회와 아낌없는 후원을 보내주신 양재생 ㈜은산해운항공 대표이사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덕분에 제주의 푸른 바다와 시원한 바람, 그리고 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가슴 가득 담아 돌아왔다. 언젠가 다시 제주를 찾게 된다면 가장 먼저 바다를 향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제주야, 나 다시 왔어." 그리고 그때도 지금처럼 활짝 웃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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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가뭄·폭우에도 잘 영근 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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