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 일두고택 초입에 실개천이 흐른다. 실개천 저너머 작은동산에 일망무제(一望無際) 수령깊은 소나무들이 펼쳐져 있다. 일두고택 초입에 편의점 CU가 있다. 이 시골 편의점이 개평마을 한옥촌을 찾는 여행객들의 쉼터로 각광받고 있다.
편의점 앞에 비밀정원이 있다. 정원 곳곳에 연꽃, 조선막사발, 옹기 형태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앙증맞은 작은 미술관 같아 보인다.
편의점 앞 비밀정원에 설치된 여러 작품 중 눈에 띄는 것은, 순 우리말(한글)을 테마로 한 목조각품이다. 함양출신 노종환 설치미술가의 작품이다. 제목은 “읻다” 풀이하면, 형용사, 좋다! 곱다! 예쁘다! 『우리말샘』 ‘소언’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마음이 화평하여 기쁜 빛을 둔 이는 반드시 읻다(예쁘고)…”
노종환 설치미술가는 오랫동안 순 우리말(한글)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해왔다.
노종환 설치미술가는 말한다.
“순 우리말 속에는 청초함과 힘이 넘치는 선율이 담겨져 있습니다. 수천년의 시간을 겪으며 (한자한문에 가려졌던) 이 땅의 가장 깊은 곳에서 샘물과 같이 넘쳐 솟아나는, 생명의 언어입니다. 순 우리말은 마치 살아있는 세포와 같은 존재이지요”
노종환 설치미술가의 순 우리말 사랑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언젠가 노종환 작가가 기자에게 명함을 주었다. 명함 속에 “살강”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져 있었다. 그 뜻을 물어보았더니 “부엌의 부뚜막 및 조리대 위의 벽 중턱에 가로로 기다랗게 드리운 선반”이란다.
살강은 부엌의 부뚜막 및 조리대 위의 벽 중턱에 대나무로 발을 엮거나 통판으로 만들어 밥그릇이나 반찬그릇을 올려놓고 쓰기에 편리하도록 기다랗게 드리운 선반을 말한다.
지역문화운동가이기도 한 노종환 작가에겐 꿈이 있다.
“선비의 고장 유림(儒林)의 본향 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에 ‘살강’이라는 옥호를 가진 주막 하나를 세워보고 싶습니다. 대도시에서는 좀체 맛볼 수 없는 개평 할매들이 만든 개떡, 호박전, 부추전, 안주와 지곡 도가에서 만든 지곡막걸리, 천하제일 풍류 주막을 지곡면에 세워, 여행객들로부터 사랑받는 주막 하나 세워보고 싶습니다.”
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에 봄이 왔다. 개평마을에는 중산간이 있다.
중산간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어서 아무것도 아닌 세상이다. ‘비산비야(非山非野)’.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닌 땅이 중산간이다. 노종환 작가는 올해 (함양군의 도움을 받아) 개평마을 중산간((非山非野)에 해바라기 조형테마파크를 세울 참이다. 해바라기도 참 아름다운 순 우리말이다.
“전북 고창군에 보리밭 테마파크가 있습니다. 이곳의 명성은 대단하죠. 우리 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 자연경관은 고창 보리밭 테마파크와 견줘 결코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해바라기와 관련된 각종 이벤트를 창출, 전국적 화제를 불러모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