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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 소재우] 구악을 없앤 절영지회
* 남의 단점을 보지도 마라! 나의 단점 고치기에 힘쓰라! *
 
함양신문 기사입력  2021/09/17 [14:02] ⓒ 함양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송암 소재우  © 함양신문

 요즈음 신문이나 TV에서는 남의 결점을 들춰내 비판하는 정객(政客)들의 언행(言行)으로 도배를 하고 있다. 아무리 정치적 언행이라도 도가 넘친다.

 
몇 년 전 통도사에 갔다가 나무에 걸려있는 여러 목판 중에 ‘남의 단점을 보지도 마라. 나의 단점을 정당화하지 마라, 오로지 나의 단점을 고치기에 힘쓰라.’는 경구 하나를 보았다. 그 옆에 절영지회(絶纓之會)라 적혀있어 스님에게 물어보았다.

 
 중국의 춘추시대 초나라 장왕(莊王)의 일화에서 만들어진 절영지회(絶纓之會)라는 고사겅어라 한다. 돌아와서 장왕의 일화를 알아보았다.

 장왕이 나라의 큰 난을 평정한 후 공을 세운 신하들을 치하하기 위해 연회를 베풀었다. 신하를 위해 자신의 후궁들로 하여금 시중을 들게 했다. 연회가 한참 진행되는데 갑자기 센 바람이 불어 연회장의 촛불이 한순간에 모두 꺼져버렸다.

 
 깜깜한 그 순간 한 여인의 비명이 연회장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여인이 큰소리로 외쳤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가슴을 만졌고, 자신이 그자의 갓끈을 뜯어 두었으니, 장왕께서는 어서 불을 켜서 그 무엄한 자를 처벌해 주소서 했다.

 
 자신의 후궁을 희롱한 무례한 신하가 괘씸하고 자신의 위엄이 희롱당한 것 같아 노여움이 컷지만 그 순간 장왕은 큰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자리는 내가 아끼는 이들의 공을 치하하기 위해 만든 자리다. 이런 일로 처벌은 온당치 않으니 이 자리의 모든 신하는 내 명을 들어라! 지금 자신이 쓰고 있는 갓끈을 모두 잘라 버리도록 하라! 지금 일은 이 자유로운 자리에 후궁들을 들게한 나의 경솔함에서 빚어진 일이니 불문토록 하겠다.”

 
 장왕은 먼저 후궁들의 마음을 다독여 연회장에서 내보냈고 모든 신하가 갓끈을 자른 뒤에야 연회장의 불을 켰다. 그래서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자칫하면 한바탕 피바람이 불 수 있는 상황이 가벼운 해프닝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 시대의 분위기에서 왕의 여인을 희롱한 것은 왕 권에 도전한 불경죄에 해당되어 가문이 멸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신하들의 마음을 달래는 치하의 연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실수로 보고 용서한 것이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놀랍게도 그 일이 자신의 경솔함에서 빚어진 일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것은 장왕이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충만한 사람이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집권 초기에 많은 반대자를 죽였기에 반성 한면도 있다.

 
 몇해 뒤에 장왕의 초나라는 진나라와 국운을 건 큰 전쟁을 치렀다. 그 전쟁에서 장왕이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 장왕 앞으로 나서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초나라의 선봉장이 되어 온몸이 붉은 피로 물들도록 야차처럼 용감하게 싸워서 왕을 구하고 초나라를 승리로 이끈 장수가 있었다. 전쟁이 끝난 후 장왕은 그 장수를 불렀고 용상에서 내려와 그의 손을 감싸며 공로를 치하하였다. 그리고 목숨을 아끼지 않고 용맹하게 싸운 연유를 물었다. 그 장수는 물러나 왕에게 공손하게 절을 하며 말했다.

 
 “몇해전에 있었던 연회 자리에서  술에 취해 후궁을 희롱한 소신을 폐하께서 살려주셨습니다. 그날 이후 새롭게 얻은 제 목숨은 폐하의 것으로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오늘 이 전장에서 제 목숨을 폐하를 위해서 바칠 각오로 싸웠습니다.

 
 ‘절영지회’는 갓끈을 자른 연회란 뜻으로 남의 잘못을 관대하게 용서하고 자신의 허물을 깨우친다는 의미의 고사성어이다. 오늘의 지도자들이 남의 허물을 들추어 자기의 이익을 바라는 것에 대한 경고의 말이다. 악한 혀는 자기 몸을 베는 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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