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도 법이다』라는 말로 한때 많은 논란이 있었던 적이 있다. 이 말은 법체계를 지켜야 한다는 뜻과 법에 의한 지배를 말하는 ‘법치주의’의 관점에서는 맞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신속한 정보화 사회에서는 맞지 않는 말일 수도 있다. 그 이유는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을 입법기관에서 방치한 직무유기(職務遺棄)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제 악법은 법이 아니며, ‘법치주의’에서 말하는 ‘법’도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기에, 입법기관이나 행정기관에서는 항시 법에서 눈을 떼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악법’도 개정하기 전까지는 실정법(實定法)으로서 효력을 가지지만, ‘떼법’은 그 어디에도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행동이며, 나아가 나쁜 세력에게 법을 유린해도 된다는 명분만 주는 행위가 될 것이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법에 의해 눈물을 흘리는 국민도 있고, 법에 의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국민도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법’ 자체에 있을 수밖에 없는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가치도 절대로 훼손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신성한 법을 가지고 장난치는 추악한 법 집행자들에 의한 억울한 피해자들을 볼 때마다 법에 대한 회의가 들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법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존중되고 지켜져야 한다. 그러므로 법 이전에 서로 협의하고 조정하는 과정도 중요한 것이며, 그래야만 억울한 사람도 줄어들 것이고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적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함양군 팔령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한국농어촌공사 팔령댐 공사를 저지시킨바 있다. 이미 280억 원의 예산까지 확보된 상태에서 주민들은 단체 행동을 통해 공사를 무산시켰다. 주민 의견을 받아들인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댐 공사 수혜 대상 주민들이 반대를 하니 더 이상 댐건설의 명분을 찾을 수 없는 형국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염특화농공단지 건설은 그 결이 조금 다르다. 민선 6기 군정 때인 2017년경에 이미 결정이 됐던 사항이고, 그 후 상당기간 공사가 진행 되어 왔으며, 사업도 공익사업이 아니라 사기업에서 상당한 투자가 되어 현재까지 추진해온 사업이라는 것이다. 반대하는 팔령지역 주민들 염려와 우려는 충분히 이해 할 수는 있지만, 그동안 정상적 절차에 의해 투자되고 진행이 되어 왔다면 서로 입장을 한번 바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적법한 절차에 의해 많은 자본이 투하되었는데 갑자기 그만 둔다면 그 손실은 누가 보상을 해 줄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우리가 법 절차적 정당성을 지킬 때,
상대의 절차상 문제점에 대한 우리의 이의제기도 인정받을 것임
우리나라는 이미 환경공해와 관련한 법이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주민들이 반대하는 죽염특화농공단지가 건설과정에서 어떤 법을 어기고 있는지, 또 주민들에게 어떻게 피해를 주고 있는지를 잘 살펴서 공사를 중단시켜야 할 것이며 또 완공 후에 어떤 피해가 예상되는지도 살펴서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때도 물론 법 절차적 정당성을 지킴으로써 상대의 절차상 문제점에 대한 우리의 이의제기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본지가 그동안 지면을 통하여 일관되게 주장한 것이 청정함양, 청렴함양이었고, 그런 주장의 이면에는 경쟁력 있는 함양을 자손에게 물려주자는 뜻이 담겨 있었다. 또 향토기업은 주민의 자랑과 자부심이 되어야 하며, 주민의 미래에도 희망을 주는 역할이 있어야 진정한 향토기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절차를 지키지 않는 떼법이 통하는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대외에 줌으로써 외부 투자자가 외면하는 지역이 될까 봐 염려스럽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양측은 서로 입장을 바꿔서 사심을 버리고 서로 반대편 입장을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심정으로 심사숙고하면, 어떤 해결 방법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모두가 ‘미래 함양’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서로 윈윈(win-win)하는 해법도 나올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