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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함양군향우회연합회 고문 권 충 현] 안의는 함양이다
 
함양신문 기사입력  2023/11/13 [10:18] ⓒ 함양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재외함양군향우회연합회 고문 권 충 현    ©함양신문

 

필자는 젊은 날 몇 년 동안 대구경북지역 영재들이 다 모이는 대구과학고등학교에서 윤리와 논리학을 가르친 적이 있다. 그때 학생들과 토론했던 것이 ‘흰 말은 말이 아니다[白馬는 非馬다.]’는 명제(命題)였다. 흰 말도 당연히 말인데 왜 말이 아니라고 할까? 이 말의 명확한 의미는 부분(部分)은 전체(全體)와 같지 않다는 것이다. 마(馬)는 종(種) 개념이요 백마(白馬)는 류(類) 개념이니 다르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면 흰 말은 정말 말이 아닌가? 아니다. 흰 말도 말이다. 안의와 함양도 그렇다.

 

11월 3일 함양문화원에서는 ‘함양의 정신’을 탐구하기 위한 학술발표대회가 열렸다. 함양을 관향(貫鄕)으로 하는 성씨(姓氏)들을 조명하는 학술발표대회였다. 함양오씨(咸陽吳氏), 함양여씨(咸陽呂氏), 함양박씨(咸陽朴氏) 3성(姓)에 대한 주제 발표와 토론 순으로 진행되었다.

 

지연, 학연, 혈연 등 연고를 중시하는 우리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관향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수백 년 동안 함양에 세거하며 살아온 우리 도북 안동(安東) 권문(權門)의 후손들은 나고 자란 고향이 함양이지만 가슴속 한 편에는 언제나 관향인 안동이 자리하고 있다. 누군가가 성씨가 어떻게 되느냐고 질문하면 우리는 곧바로 안동권씨라고 대답한다. 어려서 안동이 어디 있는지 모를 때도 우리는 그렇게 대답했다. 한국인들에게 있어 관향은 그런 곳이다. 이런 의미에서 함양을 관향으로 하는 성씨를 탐구하고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하지만 이번 학술대회는 함양을 관향으로 하는 성씨들을 주제로 잡았으면서도 안의를 관향으로 하는 성씨들이 제외되고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학술대회가 되고 말았다. 조선씨족통보(朝鮮氏族統譜), ‘한국인의 족보사전’ 등에도 들어있고 2015년 인구조사에서도 수천 명이나 있는 것으로 조사된 안음서문씨(安陰西門氏), 안음하씨(安陰河氏), 안음임씨(安陰林氏) 등 안의(安義)를 관향으로 하는 성씨를 모두 배제하고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함양정신을 탐구한다면서도 사실은 1914년 행정 통합 이전의 구함양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을 뿐이다.

 

고향 함양을 떠나 타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함양 출신 향우들은 다양한 층위(層位)의 향우회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다. 작게는 마을 단위, 면 단위, 크게는 군 단위와 전국 단위 향우회까지 층층이다. 이런 여러 층위의 향우회 조직을 통하여 출향인들은 늘 우리의 뿌리인 고향 함양과의 관계를 확인하고 소속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대구 지역의 경우에는 안의 초·중·고 동창회를 기반으로 한 안의향우회가 면 단위 향우회지만 결속력이나 규모면에서 군 단위 향우회인 재대구함양군향우회를 능가한다. 함양군향우회는 지연(地緣)만을 함께하는 모임이지만 안의향우회는 지연(地緣)만이 아니라 초·중·고 학연(學緣)까지 같이하는 모임이기에 모두가 선배님 후배님 하는 질서가 있고 동창 사이의 유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대구에서는 안의 초·중·고등학교 동창회체육대회나 연말 정기총회가 열릴 때면 재대구함양군향우회장이 임원단을 대동하고 그 모임에 참석하여 축하하고 격려하는 것이 관행이다. 코로나가 돌기 전이었던 2018년 필자는 재대구함양군향우회장 자격으로 안의 초·중·고 동창회 연말 총회에 참석하여 축사를 했다. 안음현(安陰縣)과 함양군(咸陽郡)이라는 대립적 역사의식의 잔재로 야기되는 향우회의 어려움과 아쉬움, 웨딩캐슬의 넓은 홀을 가득 채운 안의 향우들의 참여와 결속력에 대한 부러움을 이야기하고 마지막에 “수동도 함양, 함양도 함양, 안의도 함양이니 하나의 함양인으로 굳게 뭉치자.”고 바램을 이야기했다. 이때 원로 참석자들 자리에서 누군가가 “무슨 소리냐?”고 고함을 질렀다. 안의는 안의라는 항변이었을 것이다.

 

안의와 함양이 통합된 지 벌써 백 년이 넘었다. 백 년이란 세월은 참으로 긴 세월이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안의와 함양의 역사적 분절의식이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함양인 모두가 반성해야 할 일이다.

 

함양의 정신을 탐구하겠다며 개최된 학술발표대회에서 안의는 배제하고 함양의 성씨만 조명하는 구함양 중심의 발상과 ‘안의도 함양이니 함께 하자.’는 말에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반발한 것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는 것일까? 아마도 있을 것이다.

 

함양의 지도자들은 함양을 이야기할 때 구함양 의식에서 벗어나 옛 안음의 존재를 함께 생각하고 배려하는 넓은 함양, 오늘의 함양 의식을 가지고 일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안의 향우들도 분절된 안의 의식이 아직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훌훌 털어버렸으면 좋겠다.

 

대구의 안의 향우들이 안의 초·중·고 동문 총회 때 웨딩캐슬을 가득 메우는 그 참여 의식과 고향 사랑하는 마음으로 12월 2일 개최되는 재구함양군향우회 총회 모임에도 구름처럼 많이 참석하면 좋겠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동도 함양, 안의도 함양, 함양도 함양이다.”라고 할 때 “맞다. 안의도 함양이다.”하는 함성이 터져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재대구함양군향우회 총회 행사 참석 연락처: 사무국장 양경화, 010–351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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