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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 작가 전희식의 마음 챙기기] 기회가 왔다?
 
함양신문 기사입력  2020/04/13 [10:43] ⓒ 함양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전희식(출향작가. ‘똥꽃’저자) 함양신문

 도시가 봉쇄되고 나라가 봉쇄되는 요즘이다. 난데없이 자가 격리라는 생소한 말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이 은둔과 고독의 시간을 어떻게들 보내는지 안부를 묻기도 머뭇거려진다. 단체 카톡방에서 영상이나 펌 글들을 주고받으면서 위로를 삼는 게 일상이 되었다. 이렇게 홀로 있어야 하는 시간. 뜻밖이고 어색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직장동료들과 잔을 높이 들고 건배를 외치던 날들이 아득하다.

 

그러나 성인들의 깨우침은 혼자 있을 때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독공(獨功)이다. 독공의 시간은 자기 자신과 직면하는 시간이며 내재 된 자기의 참모습을 알게 되는 기회다. 예수나 부처가 그랬고 동학을 창시한 근대의 수운 최재우가 그랬다. 경주 용담정 적멸굴에서다.

 

현대의 큰 발자취를 남긴 위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도 혹독한 혼자의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상황의 급진적 변화를 위해 은둔의 시간을 일부러 만든 경우들도 많다. 산으로 간 사람들. 훌쩍 외국으로 떠난 사람들. 이스라엘의 히브리대 교수인 유발하라리도 혼자의 시간 갖기로 유명하다. 방학 때가 되면 꼭 묵언 수행으로 유명한 위빠사나 수련 센터에 간다고 한다. 멈춤과 고요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절대 자아와 대면하는 시간이다.

 

오늘 우리는 코로나19 덕분에 ‘쉼’이라는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언제 이렇게 지루할 정도로 한가한 시간을 가졌던가. 눈 뜨고 일어나서 잘 때까지 그 많은 약속, 그 많은 자질구레한 일들에 치여 하늘 한 번 쳐다볼 시간이 제대로 있었던가? 부모님께 안부 전화 한 번 여유롭게 할 시간이 있었던가? 어린 자식이랑 농담 따먹기 장난질로 한나절을 보낸 적이 있었던가?

 

세계적으로 공기 오염이 극심한 인도 뉴델리 시민들이 도시 봉쇄령 이후에야 하늘이 원래 파랬었다는 걸 기억해 냈다는 신문기사가 놀라울 지경이다.

 

학교나 회사만 쉬고 있는 게 아니라 지나놓고 보면 별 의미도 없는 일들에 논쟁하고 다투고 소유하고 고민하던 시간들도 이제는 쉬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방향은 생각해 보지도 못하고 미친 듯이 내달리기만 하던 일상을 멈추게 되었다는 점을 떠올리자. 이 은둔의 기간이 내 삶에서 어떤 위대한 창조성을 위한 시간이 될 수 있을지 각도를 달리해서 생각해 보자.

 

미처 챙기지 못했던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고마웠던 분들, 사과하지 못했던 분들, 사기만 하고 읽지는 못했던 책들. 하나씩 떠올려보자.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생각이야 했으나 정작 실행하지 못했던 것을 이제는 해 보자. 산책, 운동, 집안 대청소, 명상도. 단식을 해봐도 좋을 것이다. 단전호흡은 어떤가?

 

내달리기만 하던 자신의 발자국들이 뒤돌아 보일 것이다. 삶에서 진정으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떠오를 수도 있다. 거짓과 허풍이 낯 뜨겁게 들여다보이고 진실과 우상이 구별될 것이다.

 

똑같은 아침기상, 서둘러 먹던 아침 식사, 문자와 전화 통화와 유튜브 보느라 손에서 떨어질 줄 모르던 스마트폰도 멀찍이 밀어 놔 보자. 이 반복들을 멈추었다는 사실을 경이롭게 바라보자.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발견들을 즐겨보자.

 

자가 격리. 이것은 저주가 아니다. 불편이 아니다. 이것은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것과 만날 수 있다. 반복되는 경험, 습관 된 생활에서는 새로운 것이 결코 나타나지 못한다. 스스로를 다시 만들어낼 절호의 순간이 왔다고 암시해 보라.

 

이왕 외출을 절제하고 만남을 절제하고 있는 바에야 호흡을 절제를 해 보면 어떨까? 길고 가늘고 고른 숨쉬기를 해 보면 어떤가 이 말이다. 호흡을 관찰해 보자. 들숨과 날숨의 통로와 감각들을 주목해 보자. 새로운 경지를 만날 수 있다. 가장 긴박한 생명의 통로가 숨이다. 그 숨을 우리는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 이제 기회가 왔다. 내 숨을 들여다볼 기회다. 숨의 절제를 의식의 절제, 생각의 절제로 이어가 보자,

 

멈춤의 신비를 맛보자. 움직임을 멈추고, 생각을 멈추고, 감각을 멈춰 보자. 전혀 몰랐던 새로운 경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선승들이 동안거와 하안거를 통해 선방에서 한 계절을 보내는 시간은 멈춤의 시간이다.

 

음식을 멈추는 것이 단식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게 있다는 말이 있다. 혀의 유혹에 내 몸을 내맡겼던 시간을 멈추고 배가 요청할 때만 음식을 마주하자. 잠시도 쉬지 못했던 내 위장이 비로소 쉬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활성산소의 발생이 중단될 것이다. 몸이 재구성될 것이다. 성가신 질병들이 활동을 중단하고 몸의 면역체계가 왕성해진다. 질병과 싸우는 몸의 내성이 강화된다. 음식의 멈춤이 가져오는 현상들이다.

 

그럼으로써 지구도 잠시 쉴 수 있게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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