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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 작가 전희식의 마음 챙기기] 착해지는 순간
전희식(출향작가. ‘마음농사 짓기’ 저자)
 
함양신문 기사입력  2019/06/17 [11:21] ⓒ 함양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전희식(출향작가. ‘마음농사 짓기’ 저자)  © 함양신문

 합천에 사는 내 동갑내기 절친 서정홍 시인은 이랑을 만들고 흙을 만지며 씨를 뿌릴 때 저절로 착해진다고 했다. 그렇게 착해진 시인의 마음 상태가 선연하게 그려진다. 지극한 평화. 더 이상 바랄 것 없이 고요하면서도 찰랑찰랑 넘치는 뿌듯함. 자신에 대한 그지없는 만족. 이웃과 외부 세계에 대한 흐뭇한 공감. 무엇 하나 눈과 귀에 거슬리는 것 없는 수용 등. 끝없이 떠오른다. 착해진 시인의 마음 상태가 어떤 것인지가.

2박 3일 동안 어느 행사에 참여했다가 돌아온 지금. 내게 남은 그 여운이 ‘착해진 시인의 마음’ 바로 그것임을 본다. 밭이랑을 타고 앉아 씨를 뿌리지는 않았으나 서로의 가슴에 뿌려진 믿음과 존경, 배려와 감사. 영적 고양과 신명. 

 

 

 

이 행사는 생태와 공생과 풍류를 앞세웠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크고 작은 공동체 삶을 사는 사람들이 모였다. 올해가 3회째다. 정부 돈이나 지자체 지원금을 한 푼도 안 받고 행사를 치른다는 것이 1회 때부터의 원칙이었다. 23일 동안 먹고 자고 마시는 것은 물론 모든 순서들을 스스로 해결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은혜 공동체 80여 식구들의 공동체 영성 마당이었다. 초등학생들의 집단 무, 어른들의 연주, 전체 식구들의 합창. 남녀 혼성으로 된 안무 팀의 섹슈얼한 몸동작으로 이어지던 열광의 분위기에 이어 레미제라블의 장엄한 민중의 노래가 불러지면서 멋진 조화를 이뤘다.  

 

무대를 꽉 메우고 마지막에 불렀던 노래는 제목만으로도 신비로운 바람의 빛깔(Color Of The Wind)'이었다. 이는 유명한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의 주제곡이다. 17세기에 아메리카 정벌을 온 영국 청년과 인디언 처녀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다. 동시에 문명화 된 인간의 오만과 무지를 지적한다.  

 

 

 

사람들만이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지는 마세요.

 

나무와 바위 작은 새들조차

 

세상을 느낄 수가 있어요.

 

(중략)

 

서로 다른 피부색을 지녔다 해도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죠.

 

바람이 보여주는 빛을 볼 수 있는

 

바로 그런 눈이 필요한 거죠.

 

 

 

은혜 공동체는 2018년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받은 공유 주택에 사는 한 식구들이다. 코하우징(co-housig)이라고도 불리는 새로운 개념의 가족형태이자 주거양식이다. 공유경제, 공유 주거. 이는 현대인들의 외로움과 노년에 대한 불안, 가족 파탄, 노령 빈곤에 대응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삶의 방식이다.  

 

도시와 시골에 상생적인 공동체 연결망을 구축한 밝은 누리도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전국 5개 지역에 특색 있는 공동체 마을을 만들어 자립에 성공한 선에 빌’. 풍류도 예술원, 젠코리아 등 각지에서 온 200여 명이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고 춤과 노래, 연주, 음식을 나눴다. 인디언 티피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피워 놓고 밤새워 춤과 노래를 이어간 넥스트젠의 젊은이들. 각 부스에는 공동체의 생산품과 생활용품, 발행 한 책이 있었다. ‘전환 기술(대안기술) 사회적 협동조합의 부스에서는 로켓 스토브와 스프링 자동 도끼를 선보였다. 나도 최근작 <마음 농사짓기>를 가져가서 완판 했고 집행위원으로 선출되었다.  

 

모든 참석자들이 갖가지 악기를 두드리며 길놀이로 시작한 행사는 초대형 스크린을 잔디밭과 실내로 옮겨가며 생태영화제를 거쳐 새벽 건강 선 체조를 아우르며 배달민족의 후예답게 천제를 지내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이 행사를 위해 여섯 달 동안 마음을 모으고 정성을 다해서 잔치를 하고 나니 평소 아프던 허리 통증이 사라져버렸다. <3회 한국생태마을공동체 네트워크 축제>였다. 웃고 노래하고 춤추면 저절로 착해진다. 시인의 시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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