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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함양이라 자랑스럽고, 백전이 고향이라 좋다.
아침 해가 뜨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면 그 하루를 보내야만 하는 것이 일하는 사람들의 보람이다. 한 달을 시작하면 시작한 한 달도 보내야만 하는 것이 자연의 철칙이요, 인간이 가지는 당연한 본능(本能)이다.
한발을 걸어가다 뒤돌아보고, 하루를 넘기고는 어제를 생각해보고, 한 해를 보내게 되면 과거사로 남게 되는 인생의 발자취.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살았으며, 어떠한 삶의 과정과 결과를 남겼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미련한 곰탱이 전병일, 너는 무엇을 했느냐?”라고 물어 온다면 무엇이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어떤 사람들은 능력 있어 수천억의 재력가가 되고, 정관계에서 유명인이 되었다고 한다면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별 볼 일 없이 세상에 태어나 누구나가 다 하는 초등학교 졸업하고, 결혼하여 아들딸 4남매를 키워 결혼시키고 사업과 정치 주변을 얼쩡거리다 망령이 들어 60의 나이에 지역 언론을 시작하여 만성 적자를 면치 못하고 23년 차를 하고 있다는 것이 전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타향살이 몇 해인가 손꼽아 헤었더니 어느덧 고향을 떠나온 지 반세기를 지나고, 어머니의 품속과 같이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 고향이다. 나는 세상에 태어난 보람이라고 한다면 충효의 고장이요, 선비와 양반의 고장이며, 의리의 고장이라고 하는 함양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자랑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다. 충도, 효도, 선비도, 양반도 못 되어도 의리만은 소중한 가치로 알고 고향을 욕되지 않게 하려고 ‘의리의 돌쇠 사나이’라는 말을 들으며 살아가고 있다.
하늘은 높아지고 들녘은 황금빛으로 변하는 것이 결실의 계절, 가을인 것 같다. ‘가을’ 하면 대표적으로 추석이 떠오르게 되며, 설날과 함께 우리 민족의 2대 명절 중 하나다. 나에게는 추석 다음 날이 의미 있는 날이기도 하다. 1951년 고향 백전초등학교 교정에서 처음 만난 입학 동기이며 하루 연상인 동갑내기와 1965년 음력 8월 16일 부부로 맺은 결혼기념일이면서 올해가 60년이 되는 해이다.
아들딸들이 홍콩여행을 준비하였으나 국내에서도 유일하게 스텐트 7개를 심장혈관에 삽입하고 사는 사람이 무슨 비행기냐고 나 더 살고 싶다는 나의 반대에 자녀들도 내 뜻에 따라 고향 주변으로 여행했다. 딸 세 자매와 외손자 둘과 함께 웅장한 지리산을 향하여 고속도로를 달려 백운산 고개를 넘어 내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에 4시간 만에 도착해서 양가 부모님의 묘소에 성묘하면서 “감사합니다. 부모님들 덕택으로 두 사람 나이 합쳐 164년째를 살고 있으며, 부부가 된 지도 60년이 되었으니, 이것도 둘을 합치니 120년”이라며 인사를 올렸다.
추석 명절이면 온 동네가 시끌벅적했던 고향마을이다. 밤에는 노래자랑 마당으로 모여들고, 낮에는 학교 운동회나 체육대회로 만국기 휘날리며 함성이 울려 퍼졌던 그 시절은 온데간데없고, 반세기가 지나니 가물가물한 꿈같은 옛 추억이다.
나뭇짐 지고 좁은 골목길 가다 보면 이리저리 걸려 옆걸음치던 옛길은 사라지고, 넓어진 포장도로에 개량된 지붕 반듯한 집들이지만 꼭 있어야 할 인적이 없어 너무 적막하다.
2차선 도로 길을 따라 14km를 가다 보면 천년 숲 상림을 지나 어린 시절 선망의 대상이었던 이천 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옛 천령의 함양읍이다.
오도재를 넘어 백무동과 칠선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은 함양인의 굳은 의지와 청렴 정신을 나타내고 있다. 여행 2일 차 진주, 남해를 지나 화개장터에서 머물다 보니 화개장의 문화재급인 왼발, 오른발을 제자리에서 뛰면서 장구치고, 북치고 실룩거리며 노래하는 각설이 부부가 변함없는 화개장터의 명품 무대다.
내 고향 함양 충효(忠孝)의 고장이라 민주국가의 자주의식이 높으며 학문이 높은 선비의 고장이라 의협심이 강한 유서 깊은 고장이다.
내가 태어난 백전은 우뚝 솟은 백운산의 정기를 받아 전쟁영웅 장군과 국회의원을 배출한 자연생태계가 화려한 곳이다. 그래서 더 좋은 내 고향이다. 그런데 선비의 고장 함양에 불명예스러운 일이 있다. 선거라는 제도 때문일까? 민선 1·2대를 제외하고는 역대 군수들의 사건들이 10만 재·내외 군민들의 자존심에 먹칠한 것이다. 이젠 함양의 옛 모습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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