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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군의 중심부, 위천을 따라 조성된 울창한 숲이 있다. 수령 1,100여 년, ‘살아 있는 천년의 생태 유산’이라 불리는 이곳은 바로 함양 상림공원이다.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적 모범지로 평가받고 있는 상림은 지금,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 가능한 자연 관리의 상징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대의 지혜에서 시작된 생태숲 함양 상림의 역사는 신라 진성여왕 시대인 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장가이자 사상가로, 한중 문화를 아우르며 후학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고운최치원 선생이 반복되는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위천변에 인공 숲을 조성한 것이 시초다. 이후 오랜 세월을 견디며 살아남은 상림은 1962년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되었고, 장기적인 복원 정책을 통해 오늘날의 아름다운 생태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생태 보전의 보고(寶庫), 천이(遷移)를 품은 숲 2000년대 이후 상림은 단순한 보존을 넘어 생태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더욱 부각시켰다. 숲속과 외곽을 아우르는 순환 산책로 정비, 연꽃단지와 경관단지 조성, 주변 공공시설 개선을 통해 함양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현재 이 숲은 자연 천이 과정을 수차례 겪으면서도 안정적인 생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고사된 졸참나무의 그루터기에서 150~200년에 달하는 수령이 확인되기도 하면서, 상림의 생물학적 가치와 생태적 복원력이 재조명받고 있다. 함양군은 이를 바탕으로 후계목 관리와 종 다양성 유지를 위한 선제적 생태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식물과 동물이 함께 숨 쉬는 공간 현재 상림은 약 120여 종, 2만여 그루의 활엽수가 식생을 이루고 있다. 참나무, 개서어나무 등 거목부터 계절마다 피고 지는 연꽃, 꽃무릇, 국화, 코스모스까지 사계절 향기로운 식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겨울철에도 이끼정원에서는 다양한 이끼류가 푸른 색감을 유지하며 생명력을 이어간다. 동물상 또한 풍부하다. 다람쥐, 수달, 두더지, 쥐 등 포유류를 비롯해 개구리, 뱀류, 다양한 조류와 곤충들이 서식한다. 이는 상림이 위천을 끼고 조성된 복합적 수변생태계라는 점에서 기인하며, 숲과 물, 바위, 풀들이 어우러진 구조는 다양한 생물이 공존할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을 만들어낸다.
생태계 파괴를 경계하며… 친환경적 공존 모색 최근 상림에서는 산책로 주변에 뱀이 출몰했다는 민원이 접수되었다. 이에 지자체는 일시적으로 약제 살포를 시도했으나, 생태계의 균형을 해칠 우려가 제기되면서 방향을 전환했다. 대신 봉선화 식재, 계피가루 살포, 표지판 설치 등 친환경적 대응책을 통해 인간과 생물이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이 모색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히 뱀을 쫓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 생태계의 조화로운 먹이사슬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선택이다.
무분별한 이용, 생태계 위협 그러나 최근 상림 곳곳에서 전동스쿠터, 자전거 등 이륜차 운행, 취식 행위, 반려동물 출입 등 생태계에 부담을 주는 사례가 빈번히 목격되고 있다. 이 같은 행위는 식생 훼손은 물론 동물의 서식지를 위협하고, 공원 본연의 생태적 가치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지금은 개인의 자발적인 절제와 공동체의 책임 있는 행동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천년의 숲' 함양 상림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이곳은 우리의 삶과 연결된 생명의 터전이며, 미래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상림을 지키기 위한 실천 방안으로는 1. 탐방로 이탈 및 야생 생물 채집 금지, 2. 시민참여형 생태 모니터링 및 캠페인, 3. 자연 체험 및 생물 교육 기회 확대, 4. 무분별한 생태계 교란행위 자제 및 정책적 관심 확대 등이 제시되고 있다.
미래를 위한 골든타임…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상림을 지켜내기 위한 골든타임 속에 서 있다. 지역 주민과 관광객, 행정기관이 함께 협력하고 행동해야 한다. 함양 상림은 우리가 물려받은 것이자, 우리가 지켜야 할 미래의 유산이다. 모든 이의 노력이 모일 때, 천년 숲 상림은 또 다른 천년을 향해 건강하게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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