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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훈민정음기념사업회 이사장 박재성]《‘아래아’가 사라진 내력》
 
함양신문 기사입력  2024/04/15 [10:23] ⓒ 함양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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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도리는 말이 없는 법이다. 단지 기운이 움직이는 소리가 있을 뿐이다. 사람의 일이란 분별이 있다.

 

그래서 지시하고 구별하는 말을 전해 받아 익힌다. 기(氣)의 소리와 사람의 일은 귓바퀴를 울리고 귀청을 떨게 해 정신과 기운에 통하게 된다.

 

처음 들을 때는 의심하지만 다시 듣게 되면 그럴듯하다고 생각해 처음 들었던 것을 살펴보고 세 번, 네 번 듣게 되면 헤아려 생각하게 된다.

 

점차 익숙해지면 듣는 힘이 깊고 넓어져 소리와 말을 듣기 이전이더라도 들을 수 있게 되고, 또 소리와 말을 들은 이후를 헤아려 살필 수 있다.

 

「훈민정음」 28자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훈민정음 해례본》을 마치면서 정인지는 “전하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실 때 천지자연의 운행을 살피시어 만드셨다.”라고 기술하였다.

그래서 훈민정음을 우주의 소리라고도 한다.

 

왜냐면 우주를 이루는 세 가지 요소인 하늘과 땅과 사람이라고 하는 ‘天·地·人 三才’사상을 접목하여 모음 기본 글자 ‘ㆍ, ㅡ, ㅣ’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ㆍ’는 양으로 하늘을 뜻하고, ‘ㅡ’는 음으로 땅을 뜻하며, ‘ㅣ’는 음양을 겸한 사람을 나타낸 글자이다.

 

이렇게 훈민정음에서 모음을 이루는 3개의 글자 구성요소 중 하나인 ‘ㆍ’를 우리는 ‘아래아’라는 이름으로 읽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래 아’라는 명칭은 언제 붙이게 되었을까? 정확한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두 가지 설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첫째는 홍윤표 교수가 자신의 저서《한글》에서 주장한 것으로, 「한글 반절표」에서 'ㆍ'행이 제일 아래쪽에 위치해서 '아래아'가 되었다는 설이 있고,

 

둘째는 ㅏ가 초성의 오른쪽에 붙는 것에 반해 'ㆍ'는 초성의 아래쪽에 붙으므로 '아래아'가 되었다는 설이다.

아마도 이 설은 527년(중종 22)에 최세진이 한자 학습서로 편찬한『훈몽자회(訓蒙字會)』의「언문자모(諺文字母)」라는 항목에서 설명한 ‘ㆍ 思不用初聲(사불용초성)’ 즉, ‘ㆍ는 ᄉᆞ의 음에서 첫소리인 ㅅ 음을 사용하지 않은 나머지 부분’이라고 풀이한 것을 ㅅ의 아래에 있는 ‘ㆍ’라는 의미가 ‘아래 아’가 되었다고 생각한데서 기인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훈민정음 해례본》<예의>에서는 "' ㆍ'如呑字中聲(여탄자중성)" 즉, 'ㆍ는 呑(ᄐᆞᆫ) 자의 가운뎃소리와 같다'고 설명할 뿐 'ㆍ'의 명칭에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는다.

 

이어서 <제자해>에서는 ‘ㆍ, ㅡ, ㅣ’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ㆍ舌縮而聲深 天開於子也 形之圓 象乎天也(설축이성심 천개어자야 형지원 상호천야)

‘ㆍ는 혀가 오그라져서 소리가 깊으니, 하늘이 자시에 열린 것이다. 모양이 둥근 것은 하늘을 본뜬 것이다.’

 

ㅡ 舌小縮而聲不深不淺 地闢於丑也 形之平 象乎地也(설소축이성불심불천 지벽어축야 형지평 상호지야)

‘ㅡ는 혀가 조금 오그라져 소리가 깊지도 얕지도 않으니, 땅이 축시에 열린 것이다. 모양이 평평한 것은 땅을 본뜬 것이다.’

 

ㅣ 舌不縮而聲淺 人生於寅也 形之立 象乎人也(설불축이성천 인생어인야 형지립 상호인야)

‘ㅣ는 혀가 오그라지지 않아 소리가 얕으니, 사람이 인시(寅時)에 생긴 것이다. 모양이 서 있음은 사람을 본뜬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이곳 역시 명칭에 대한 언급은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윗글에서 " ‘ㆍ'의 모양이 둥근 것은 하늘을 본뜬 것이다."라고 표현한 것처럼 ‘하늘 아’라는 명칭이 타당하리라고 생각하지만 ‘아래아’로 굳어진 음가를 '하늘 아'로 바로잡아보려고 시도하는 것은 달걀로 바위 치는 격인 줄 알면서도 학문적인 의견을 피력해본다.

 

그리고 1894년 주시경 선생은 훈민정음에 ㅣ와 ㅡ의 합자가 없다는 점과 구한말 당시 사람들의 한국어 발음과 중국어 발음을 그 근거로 들면서 'ㆍ'의 본래 발음이 ㅣ와 ㅡ의 합음이라고 주장하면서 <훈민정음>에서 ㅣ와 ㅏ의 결합음을 적을 때 ㅣㅏ처럼 병서하지 않고 ㅑ라는 새로운 글자를 만든 것처럼 ㅣ와 ㅡ를 합쳐 쓰기 위해서 새로운 글자인 ‘ㆍ’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1940년 안동의 광산김씨 고택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실제로 ㅣ와 ㅡ의 합자인 ᆜ라는 글자가 있었으니 1876년 황해도에서 출생하여 1914년 39세의 나이로 경성부에서 생을 마감한 주시경 선생이 만약 생전에《훈민정음 해례본》을 만났더라면 우리나라의 현행 한글 교육의 방향은 어떻게 변하게 되었을까 ‘만약’이라는 가정을 해 본다.

 

한편 ‘ㆍ’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구성 모음으로서 위치가 확고하여 훈민정음 창제 원리 풀이에서도 핵심적으로 언급되었으나 1912년 조선총독부에서 《보통학교용 언문 철자법》을 발표하면서, 고유어에 있는 ‘ㆍ’는 공식적인 표기상으로도 폐지되면서 음가가 소실되었다.

 

한자어의 ‘ㆍ’는 그대로 남았다지만 이마저 1930년에 언문 철자법을 제정하며 한자어에 남아 있던 ‘ㆍ’도 폐지하여 한국어 표기에서 사라졌다가 결국, 1933년 조선어학회의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도 ‘ㆍ’를 폐기하게 되었다.

 

발음기관을 상형화하고 천지인 삼재의 우주 기운을 바탕으로 하여 창제된 훈민정음이 인류 문자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위대한 업적이라고 세계적인 언어학자들이 찬탄한 것은 480년 전 창제된 '훈민정음' 28자의 진정한 가치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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