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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기부천사와의 추억
 
함양신문 기사입력  2021/02/22 [14:25] ⓒ 함양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2012년 3월 함양군 소재 안의고 입학식장에 울려 퍼진 감동적인 말 한 마디 “나는 못 배웠지만 너희들은 열심히 배워야 한다이.” 순간 식장은 조용해지고 학생들은 숙연해졌다.

 

기부천사 염소할머니가 1억원 기부증서를 전달하는 자리에서 한 말씀이다.

 

30여년간 산골에서 홀로 염소를 키워 모은 전 재산을 고향 후배를 위해 선뜻 내 놓으신 할머니의 마음은 학생들에게도 기부바이러스를 전파했다. 어느 날 학생들이 찾아와서 ‘고마움을 잊어버리면 배움의 도리가 아니다.’ 면서 자기들도 능력에 맞게 이웃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하더니, 그 결과물이 전교생 '1인 1나눔 계좌 갖기 운동'으로 나타났다. 이 운동에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도 참여 했다.

 

지금 생각해도 40년 교직생활에서 가장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염소할머니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자 많은 언론에서 기부천사라는 애칭으로 할머니의 아름다운 기부를 칭송하고 청와대에서도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 위로했다. 이렇게 할머니를 존경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할머니는 군민 추천으로 국민포상과 청룡봉사상의 수상자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상 받을 자격 없다.’하시며 한사코 손사래를 치는 것이다. 난감한 일이었고, 할머니를 설득하는데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상식에 가야 하는데, ‘서울에는 언제 가 보셨나요, 입고 갈 옷은 있습니까?’ 물었더니 할머니가 그 때 입고 있던 옷(일바지와 스웨터)을 가리키며 ‘이 옷 입고 가면 돼요, 서울에는 30년 전에 내려와서 이 곳을 한 번도 벗어나 보지 못했다오’ 라는 말씀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 아픈 일이다. 본교 선생님들이 마음 모아 준비한 한복을 족두리 쓴 이 후 처음 입어본다고 좋아하시는 할머니를 모시고 시상식에 다녀온 기억이 생생하다.

 

고속도로를 가면서 ‘언제 길이 이렇게 좋아졌노’ 하시는 말씀이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몇 년 전에 찾아뵈었을 때 “교장선생이 우짠 일이고” 하시면서 반겨주시고 돌아올 때는 끝까지 지켜보시던 할머니의 근황을 지금은 알 수가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조카님도 요양원으로 가셨다는 것 외에는 잘 모르고 계시니, 곧 명절인데 건강하셔야 할 텐데.

 

-김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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