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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작가 전희식의 마음 챙기기] 극단적 선택
 
함양신문 기사입력  2020/08/03 [09:41] ⓒ 함양신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전희식 ‘똥꽃’저자   © 함양신문

참 안타깝다. 그리고 참 아름답다. 물난리, 불 난리가 세계 곳곳을 휘젓는 이때. 주변에서 심심찮게 보게 되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우리 지역에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죄다 모여있는 큰 단체에서 정기총회를 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지역 신문과 방송에 자주 등장하면서 상생과 화합, 미래와 희망을 얘기하기에 바쁜 분들이다. 그들은 이 자리에서 아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총회를 하는 날은 의례적으로 대형 식당으로 몰려가서 ‘쐬주’를 맥주에 섞어 마셔댔었는데 이날은 달랐다. 코로나19의 지역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접촉을 자제한답시고 도시락을 시켜 먹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최악의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모든 회원에게 나눠 준 비닐봉지를 풀자 그 속에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먼저 보였다. 밥그릇, 칸칸이 나눠진 반찬 그릇. 그리고 국그릇이 다 플라스틱이었다. 조악한 인쇄물에 싸인 나무젓가락에 건성으로 생긴 플라스틱 숟가락. 이것들은 너무도 짧았던 생애를 마감하고 바로 쓰레기봉투로 직행했다.

 

환경보호 결의문도 채택한 이 단체의 회원 200여 명이 그 자리에서 먹고 버린 비닐·플라스틱 쓰레기가 대형 마대 부대 여러 개에 넘쳐났다. 생분해가 되는 친환경 펄프 도시락이나 종이 도시락의 개당 가격 차이가 100원이 조금 넘지만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평범한 시민이 평범한 걸음걸이로 평범한 백화점 앞을 지나다 우뚝 멈췄다. 면 티셔츠 3개에 만 원이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백화점 입구 옆 탁자 위에 원색의 티셔츠가 때깔도 좋았다. 안 그래도 티셔츠 한 개를 사려던 참이었는데 이 평범한 시민은 순식간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역시 한 개가 필요했지만 단돈 만 원이라는 말에 열 켤레 양말도 샀다.

 

옷장에 옷이 넘쳐나고 있지만 늘 입을 게 마땅찮았던 그는 극단적 선택이 일상이 되어 있다. 신발장의 신발도 마찬가지다. 더 들여놓을 공간이 없지만 엊그제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81%나 깎아 준다는 고급 브랜드 등산화 하나를 질렀다.

 

또 다른 평범한 시민은 평범한 뷔페에 자주 간다. 그곳에 모여든 평범한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육고기와 함께 국적을 알 수 없는 바다 고기와 저질 식용유 범벅인 볶음 요리를 배가 터지도록 먹는다. 그래서 평범한 그 시민들은 손에 약을 달고 산다. 종류도 많다. 나이가 많지 않아도 고혈압에 고지혈증, 당뇨에 비만까지 골고루 갖췄다. 걷기가 싫어서 2층도 엘리베이터를 탄다. 늘 운동 부족이라 걱정을 하다가 또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할인을 해 준대서 헬스클럽에 3개월을 끊었다. 걷거나 채식을 하면 될 것을 이중으로 돈을 들인 그 평범한 시민은 러닝머신에 올라타서 탄산음료를 마시며 제자리 뛰기를 한다. 그것도 듬성듬성 다니다가 한 달이 되기 전에 관뒀다.

 

완전 반대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해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저가항공 비행기 표가 1만 8천 원에 나오고 있는데도 굳이 부산역에서 서울역까지 5만 9,800원을 주고 시간도 더 들여서 기차를 타는 사람이다. 단지 비행기보다 기차가 온실가스를 덜 뿜는다는 그 이유 하나다.

 

바닥이 너덜거리는 운동화를 가지고 재래시장 구석의 등 굽은 할아버지에게 가서 속속들이 접착제를 바르고 나일론 끈으로 꽁꽁 꿰매 신는 사람이다. 옷도 두세 번은 꿰매 입는다. 버리고 사 입는 게 싸다고 지청구를 들어도 씩 웃고 만다. 플라스틱 세숫대야도 금이 가서 물이 새자 지붕에 올리는 방수포를 오려서 살짝 녹여 밑에다 덧대서 쓰고 있다. 그래서 그는 여기저기 기부를 많이 한다. 환경단체, 인권단체 등. 지난번 재난 기본소득 전액도 기부했다고 한다.

 

강원도에 이어 부산, 제주. 어제는 대전에 집중 호우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물난리가 쉽게 그칠 것 같지 않다.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nongj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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